생일에 죽을 뻔하다/ 안희환

안희환 | 기사입력 2006/08/23 [21:37]

생일에 죽을 뻔하다/ 안희환

안희환 | 입력 : 2006/08/23 [21:37]

생일에 죽을 뻔하다/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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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은 제가 세상에 태어난 날입니다. “이 나라의 독립이 있기 위해 안희환이는 8월 15일에 태어났나보다”하며 종종 장난치듯이 말하는데 제 생일이 8월 15일이라는데 대해 자랑스러운 마음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공헌할 기회를 얻기엔 너무 늦게 태어난 저이지만 뭐 어떻습니까? 의미있는 날이 겹친다는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할 뿐이지요.


생일이 되면 보통 우리 가족들이 다 함께 모입니다. 할머니의 생일이든, 부모님의 생일이든, 우리 사남매와 그 배우자의 생일이든 말입니다. 그렇게 모이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날을 바꾸어서 모이곤 합니다. 모처럼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집안이 다 모이지 않고 그냥 핵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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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생일엔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제 생일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평생 처음 터키로 해외여행을 갔는데 돌아오는 날짜가 16일입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생일을 지나게 되었는데 마침 청년회에서 1일 엠티를 가면서 함께 가자고 하기에 따라나섰습니다. 아내가 해외에 있으니 엠티를 겸해 생일 파티를 해주려는 청년들의 배려였습니다.


15명의 청년들을 태운 승합차 두 대는 대전의 장택림 휴양지로 출발을 했고 차 안에서 간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은 재미있었습니다. 12시경에 목적지에 도착을 하였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유명하다고 하는 어느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식당에 자리 잡은 청년들은 케이크를 꺼내고 촛불을 켠 후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폭죽이 터지고 꽤 시끄러웠지만 다행히 식당 안에 우리 외에 손님이 없었습니다. 아영이는 사탕으로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었습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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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유명하다고 하는 식당의 묵 요리가 나왔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직 나이 어린 청년들이 그 묵으로 만든 음식을 먹어보더니 표정이 떨떠름해진 것입니다. 한 마디로 신세대 입맛에는 영 아니었던 것입니다. 덕분에 묵을 좋아하는 저는 앞자리에 앉은 소영이의 몫까지 먹을 수 있었는데 정말 배부르게 묵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이 맛있는 걸 왜 별로라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식사 후 본격적인 등산(확실히 등산이었음.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에 들어가면서 일이 발생했습니다. 출발한 지 10분쯤 되었을 무렵입니다. 산으로 오르는 길옆에는 물가도 있고 사람들이 나무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공터도 있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그곳이 돗자리를 편 채 쉬고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대로 청년들과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오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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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사람들이 쉬고 있는 곳을 자세히 보기 위해 길 가로 간 후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제가 서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얼마나 가파르던지 척 보아도 위험해 보였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난간을 만들어 놓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가 누군가가 저를 확 잡았고 저는 그 충격 때문에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청년이 저를 놀라게 한다고 한 행동인데 문제는 저에게 충격을 준 후 저를 붙잡는다고 하는 게 그만 놓치고 만 것입니다. 이것 큰일이다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정신을 바짝 차렸고 얼른 자세를 낮추어 주저앉았습니다. 엉덩이로 비탈을 훑어 내리다가 다행스럽게도 멈추었고 완전히 직각으로 된 돌벽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저는 천천히 오르다가는 흘러내리는 흙무더기 때문에 도로 구를 것 같아서 있는 힘을 다해 위쪽으로 달려 올라갔고 무너져내리는 흙더미에도 불구하고 그 흙더미를 밀어내는 반동에 의해 무사히 길 위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아래쪽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서 수군거리고 있었고 청년들은 더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소현이는 남자친구인 제권이에게 저를 잡아주지 못했느냐고 잔소리를 했는데 공연히 말을 듣는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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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저를 밀어버린 셈이 된 청년은 어땠을까요? 한 마디로 죄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0^. 그 청년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모든 일정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간 후에도 문자를 보내어 죄송하다고 하였습니다. 이 일이 있은 며칠 후 글을 잘 쓰는 저인 줄 알기에 그 청년은 8월 15일의 사건에 대한 글을 쓸 경우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름을 빼고 글을 쓰는 중입니다.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길 위에 도착한 나는 바닥에 앉아서 “아이고 아이고. 저놈이 나를 죽이려하네”를 외치며 바닥을 쳤습니다. 안심이 된 청년들은 웃기도 했고 한 청년은 그 광경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다리를 보니 상처난 곳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꽤 아팠지만 청년들이 걱정할까봐 시침을 떼고 등산 일정을 마무리했는데 인내심을 키우는 좋은 하루가 되었습니다.


평생 못 잊을 생일잔치를 벌여준 청년들에게 감사를...^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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